퇴고

desk

한낱 개인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때에도 누가 와서 볼지, 어떤 비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한치의 오해 없이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수 차례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읽으며 수정을 한다. 감히 비교하기에도 벅차지만, 문학에서의 퇴고에 해당하는 과정일 것이다. 내 머리속에 떠도는 여러 생각이 글의 형태로서도 읽는이에게 오해가 없이 전달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새로이 느끼는 과정에 있다.

학창 시절부터, 군 시절까지 소위 ‘필력’은 뛰어나다고 자부해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든, 혹은 주제가 모호하든 관계 없이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적어내곤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블로그에 게제하는 글에는 제한 시간도 주제의 모호성도 없다. 본인이 주제를 정할 뿐만 아니라, 내가 쓰는 글을 퇴고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작성되어 세상의 빛을 본 내 글이 수준 이하일 경우, 비난은 모두 내가 감수하는 것이다.

발표문이나 낭독문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발표/낭독되고 난 후에는 폐기되기 마련이다. 그 것이 역사적이거나 큰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글은 그것과도 사뭇 다르다. 내가 블로그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은 적절한 검색어 혹은 링크를 기억하는 경우, 그 주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내 글을 다시 확인하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적 영구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나는 꽤 많은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것이 철학서 이든지, 법학 기본서이든지, 컴퓨터 서적이든지, 혹은 웹사이트상 글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직접 주기적으로 중/장편의 글을 작성하려고 하니 내가 읽은 양이 오히려 아직도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농부가 여러 작물의 씨앗은 구분할 줄 알면서도, 정작 수확할 때의 실수가 잦은 느낌이랄까. 문장의 마무리라든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접속어 등을 더 다듬을 수 있어야 겠다.

사실은, 블로그에 게제하지 않고 저장해둔 쓰다만 글들이 여러편 있다. 어느 때고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이 추가되거나 할 때 돌아와서 편집하고는 한다. 이제는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업로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는 한다.

logoreal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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